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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세계와 도시'

플라스틱 차이나: 플라스틱 세상의 공범자들

등록일 2018-10-12 글쓴이 seoulsolution 작성자 송미경 l 서울연구원 연구원
올해 4월, 재활용 업계에서 비닐 수거를 거부한 사건을 계기로 새삼 주목을 받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우리에게는 ‘플라스틱 차이나(Plastic China)’라는 영어 제목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이 영화는(원제는 ‘쇼료왕국(塑料王國)’으로, ‘소료’란 플라스틱을 뜻함) 해외에서 수입된 쓰레기로 생계를 유지하는 중국 하층민의 삶을 통해 중국 재활용 산업의 실태를 세상에 알렸다. 카메라에 담긴 폐플라스틱 재처리 종사자들의 18개월간의 일상은 급격한 중국 자본주의화의 실상과 폐해의 단면을 노출하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영화감독 왕지우리앙은 경제 성장의 말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실상을 통해 지구촌 사람들이 다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쓰레기’ 문제를 제안하고 있다.
‘플라스틱 차이나’의 배경인 산둥성 마을 주민 대부분은 1980년대부터 30년 동안 폐플라스틱을 처리하는 일에 종사해왔다. 영화가 촬영되던 2014년 당시 이 지역에는 쿤의 공장과 다름없는 소규모의 재활용 공장이 약 5,000개 있었다. 이들이 처리하는 폐플라스틱은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수입된 것으로, 이 공장들에서 분류되고 가열 처리하여 만들어진 팰릿 형태의 원재료는 다시 장난감, 옷, 포장재 등으로 제작되어 수출된다.
왕지우리앙 감독이 수입 폐기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의 첫 영화 ‘쓰레기로 포위된 도시, 베이징(Beijing Besieged by Waste)’을 찍은 뒤 차기작을 준비할 때였다. 그는 중국의 쓰레기 문제와 관련하여 선진국의 재활용 처리 과정을 탐색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재활용센터를 방문했는데, 그곳의 쓰레기 일부가 중국으로 수출된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이후 왕지우리앙 감독은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약 3년여 간 폐플라스틱의 경로를 추적했다.
중국 폐플라스틱 재활용 산업의 문제점은 유튜브에 소개된 20분짜리 온라인 버전 영상에서 구체화되었다. 폐플라스틱이 수입되는 과정과 처리 방식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이 영상은 캘리포니아의 한 재활용센터 관리자 다니엘 마더(Danial Mather)와의 인터뷰로 시작된다. 인터뷰에서 그는 중국이 해외에서 쓰레기를 수입해왔음을 증언했다. 이후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쓰레기가 빠르게 분류되는 장면이 이어진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는 매립지로 보내지고 재활용 가능한 품목은 다시 유리, 플라스틱, 금속, 종이로 분류된다. 공장 매니저는 쓰레기의 약 80%가 재활용된다면서 자부심을 드러낸다. 분류된 쓰레기 중에서 종이와 플라스틱은 세척되거나 분해되지 않은 채 컨테이너에 차곡차곡 실린다. 이 컨테이너는 중국 항구에서 하적되어 산둥성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장들이 밀집한 마을로 수송, 각 공장으로 팔려나간다. 이 과정에서 선별이 잘된 플라스틱은 대형 재활용 공장으로 팔려가고, 플라스틱 특성별로 세분류가 안 되었거나 별도 수작업이 요구되는 플라스틱은 주로 마을의 소규모 공장으로 분배된다.
감독은 중국어, 영어, 독일어, 일본어 등 여러 언어가 인쇄된 각양각색의 쓰레기를 보여준다. 성실하고 연륜이 깊은 듯한 공장장 유(Mr. Yu)는 플라스틱을 불에 태워 보이면서 타는 형태에 따라 성질을 구분할 수 있다고설명한다. 이후 플라스틱 폐기물들이 복잡한 분류, 분해(잘라짐), 세척, 가열 등을 걸치면서 원재료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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