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의 관점 Comparison Perspective
이 연구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서울과 세계 여러 대도시를 비교하고 있다. 첫째는 인구, 주택, 산업 등 ‘도시의 여건’에 대한 비교이고, 둘째는 도시의 물리적 수준을 볼 수 있는 ‘도시 인프라’에 대한 비교, 셋째는 삶의 질 차원에서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생활인프라’의 비교이다.
지난 2002년에 시행한 전작연구 ‘서울과 세계대도시 : 도시여건과 기반시설 비교’는 도시기반시설의 양적 규모를 비교하려는 목적으로 수행되었다. 20세기 후반 급격한 도시발전과정을 겪으면서 도로, 지하철, 하수처리장 등의 구축에 투입된 자원이 막대하였고, 당시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열정을 쏟아왔던 서울의 도시기반시설이 세계 다른 대도시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의 수준에 머무르게 됐는지 확인하는 것이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지금, 서울은 경제적 발전을 거듭하여 어느 정도 선진국에 진입하는 수준에 다다랐고, 이에 따라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로 개인의 삶의 질이 더욱 중요시되었다. 즉, 우리 서울의 도시경쟁력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중요시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따라서 도시경쟁력 측면에서 사회간접자본의 구축뿐만 아니라 여가, 복지, 교육 등의 생활인프라 구축도 삶의 질을 측정하는 척도로서 필수적 지표가 되었다. 따라서 이번 연구에서는 전작연구에서 다뤄온 ‘도시여건’과 ‘도시 인프라’에 대한 변화에다가 ‘생활인프라’의 변화도 함께 포함하여 비교하고자 한다.
그런데 세계대도시와의 비교는 각 지표에 대한 단순한 비교보다 세계의 여러 도시가 그 도시의 발전단계에 따라 기반시설의 투자도 다양하고 그 도시가 처한 상황도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한 그러한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비교하려고 하였다. 즉, 여전히 개발을 통하여 물리적 도시 인프라의 수준을 높여야 하는 성장위주의 도시가 있는 반면, 물리적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추어져 인프라 간의 조화로운 공급과 생활인프라 등의 구축에 신경을 써야 하는 서울과 같은 성장단계에 이른 도시, 그리고 뉴욕, 파리, 런던, 도쿄 등 우리가 정책의 모델로 삼고 싶은 성숙한 도시가 있다. 이들 도시와 서울을 비교함으로써 각 도시가 추구하는 도시정책의 우선순위를 통하여 서울이 처해있는 현재의 위치와 그 문제들의 해결방향을 모색하는 데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먼저 ‘비교대상도시의 소개’를 통하여 그 도시의 역사, 도시형성의 시기와 배경, 근대도시로서의 발달과 특징, 최근의 주요 이슈, 도시기본계획에서의 주요 정책방향 등을 기술하였다. 이를 통하여 각종 도시의 인프라 정책이 왜 그러한지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그 도시의 사회적 이슈와 역사 및 행·재정적 역량을 이해하여야 그 도시의 인프라 정책을 알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 등 인구구조의 변화, 1·2인 가구 등 가구의 소형화 등 인구 및 가구문제와 저성장기조에 들어선 우리의 경제문제가 첨예한 사회문제가 되어 많은 논의가 되고 있다. 그래서 도시여건을 비교하되 인구·가구·주거부문과 산업경제 부문, 도시계획·개발 부문으로 구분하여 본격적인 인프라를 다루기 전에 기술하였다. 인구·가구·주거부문에서는 저출산과 고령화, 1·2인 가구, 공공임대주택과 주택가격의 문제를 다루고, 산업·경제 부문에서는 저성장에 따라 청년실업문제가 고착화되어 산업구조와 제3차산업의 구조적 측면에서 고용을 다루었으며, 최근 각광받고 있는 MICE산업에 대해서도 서울의 현주소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도시계획 부문에서는 기성시가지화되어 가용지가 적은 서울의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 시가화면적과 인구밀도, 토지이용, 용도지역 등을 비교하였다.
그리고 도시경쟁력 측면에서 교통과 환경 등 인프라의 수준을 비교하였다. 특히, 다양한 인프라를 함께 비교하였지만 대중교통 위주의 정책 측면에서 버스와 도시철도의 운영현황, 대중교통 수단의 분담률, 국제공항의 국제여객과 화물의 수송실적, 국제공항에서 도심까지의 공간적 거리와 함께 시간거리도 포함하여 경쟁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마지막으로 최근 시민들의 이용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공원·녹지·복지·교육 등의 생활인프라의 여건을 비교하였다.
비교대상도시 선정 Selection of 7 Cities
첫째는 아시아권, 북미, 유럽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도시들이다. 그리고 둘째는 서울과 인구규모와 면적에서 유사성을 갖는 대도시이다. 인구가 1,000만 명에 이르는 서울을 도시 규모와 도시문제 복잡성에서 그에 버금가는 인구규모를 갖는 대도시와 비교함으로써 서울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에 서울의 정책에 관심이 많고 우리를 중요한 대외적 상대로 생각하고 있는 싱가포르를 포함시켰다. 셋째는 국가의 수도로서 역할을 수행하거나 최소한 지역에서 중심도시로서 기능하는 도시를 가능한 한 선정하였다. 넷째는 서울과 경쟁관계에 있거나 비교연구를 통해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도시를 선정하였다.
그 결과 아시아에서는 도쿄, 베이징, 싱가포르가 선정되었다.
일본의 수도인 도쿄는 우리와 유사한 토지이용 제도와 개발방향, 그리고 인구규모와 밀도를 가지고 있는 대도시이자, 선진화되고 서울을 앞서가는 도시로서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는 대상도시이며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베이징은 중국의 수도로서 최근 급속한 인구와 경제의 성장에 따라 이미 동아시아의 중심도시 중 하나로 부상한 도시이다.
도쿄와 베이징은 동아시아의 중심도시이자 경쟁관계이면서도 1990년대부터 시작되어 온 베세토(베이징-서울-도쿄)의 한중일 거대도시권의 중심도시로서 상호 협력이 필요한 도시들이다.
싱가포르는 면적으로 서울과 유사하나 인구가 508만에 이르며, 배후지가 없는 도시국가로서 지정학적 조건이 서울과 매우 다른 특성이 있다. 그러나 아시아의 국가로는 드물게 체계적인 도시계획과 그에 따른 기반시설을 갖춘 도시로 평가되며, 우리가 보고 배울만한 선진적인 도시환경을 갖춘 도시이다.
유럽에서는 영국의 수도인 런던과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가 선정되었다. 두 도시 모두 유럽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대도시로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유럽의 중심도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대도시화를 추구하는 도시이다. 이들 도시는 서울과 같이 도시성장의 역사가 길지만, 중세부터 형성된 옛 도시구조를 기반으로 우리와 다른 토지이용과 도시구조를 갖고 있다. 즉, 오랜 역사 속에 형성된 런던과 파리가 어떻게 현대적인 오늘의 도시로 변모할 수 있었는가를 확인하는 일은 미래를 꿈꾸는 서울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북미에서는 한때 미국의 수도이기도 했던 동부의 계획도시인 뉴욕이 선정되었다. 뉴욕은 200여 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세계를 주름잡는 첨단도시로서 어떻게 자리매김했는가를 살펴보면서 서울과 같이 급속한 성장을 경험한 거대도시로서 정책적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전작연구에서 비교대상으로 선정한 로스앤젤레스는 이번 연구에서 제외하였다. 이는 미국에서 동부지역의 뉴욕과 버금가는 서부의 대도시이지만, 자동차 위주로 대규모로 확산된 대도시이기 때문에 우리 서울과 여건이 너무 다르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비교대상 공간 설정 Spatial Areas of 7 Cities
특히 대도시권 설정 시, 서울과 비교하여 시가화정도, 기능적 집적성, 하나의 통근권이 되는 반경 50~70㎞의 광역 생활권으로서 공식적 통계가 발표되는 범위로 설정하였다.
중심도시 Central Cities
중국의 도시행정구역은 보통 시역 단위로 구분되나 베이징의 시역은 성육구라고 불리는 도시지역 실제 면적의 10배가 넘는 광범위한 지역을 행정구역으로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베이징은 도쿄와 같은 논리로 실제 도시지역에 해당하는 성육구를 서울과 비교할 수 있는 중심도시의 공간단위로 설정하였다. 싱가포르는 그 자체가 도시국가로서 면적규모에 비추어 행정구역 전체를 서울과 비교할 수 있는 중심도시로 하였다.
런던과 파리는 도쿄나 베이징과 달리 행정구역이 설정되어 있다. 런던은 2000년대에 광역자치단체로 출범한 런던광역시(Greater London Authority)의 행정구역, 즉 런던 중앙부의 구시가지(City of London)와 32개 자치구(Borough)를 중심도시로 설정하였다.
파리는 서울의 면적을 고려하여 파리(Paris)를 둘러싼 오드센(Hauts-de-Seine), 센생더니(Seine-Saint-Denis), 발드마른(Val-de-Marne)의 3개로 구성된 지역인 쁘띠뜨 꾸론느(Petite Couronne)를 중심도시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계획 주체인 파리시의 공간 범위를 고려하여 실제 파리시의 범위로 하였다.
뉴욕시는 서울시와 비교하기 위해서 5개 자치구인 맨해튼(Manhattan), 퀸스(Queens), 브루클린(Brooklyn), 브롱크스(Bronx), 스태튼 아일랜드(Staten Island)를 합한 뉴욕시를 중심도시의 공간범위로 하였다.
대도시권 Metropolitan Areas
도쿄대도시권 설정 시 수도권은 1도 7현으로서 광범위한 농산촌을 포함하고 있어 반경 50~70㎞의 도시 생활권으로 축소하여 도쿄도와 이를 둘러싼 사이타마현(Saitama), 가나가와현(Kanagawa), 지바현(Chiba)을 포함하는 범위로 설정하였다.
베이징대도시권은 베이징시(Beijing) 행정구역이 광역적으로 설정되어 있으므로 시역 전체를 대도시권으로 잡았다 .
뉴욕대도시권은 뉴욕 대도시의 통계지역으로 분류되는 지역 중에서 2010년의 뉴욕 MSA(Metropolitan Statistical Area)와 뉴욕 CSA(Combined Statistical Area) 중 뉴욕시의 통근권인 50~70㎞ 이내에 있는 뉴욕 MSA를 대도시권으로 설정하였다.
런던대도시권은 런던시와 남동지역(South East), 그리고 동부지역(East)의 일부를 포함하여 대도시권을 설정하였다. 동부지역의 일부지역은 런던시에서 북쪽으로 70㎞ 이상 떨어져 통근권 밖에 속한 농촌지역인 노포크(Norfork), 서퍽(Suffolk), 케임브리지셔(Cambridgeshire County)를 제외한 지역을 포함한다.
파리는 파리를 둘러싼 일체화된 도시지역으로서 프랑스의 광역행정구역 단위인 레지옹(Region)에 해당하는 일 드 프랑스(Ilede-France)지역을 대도시권으로 설정하였다.
비교지표 선정 Comparison Index
이 연구에서 비교하는 지표는 크게 인구·가구·주거, 산업·경제, 도시계획·개발의 도시여건, 교통 및 환경시설의 도시 인프라, 공원, 공공도서관, 복지시설, 교육시설의 생활 인프라로 구분하였다. 첫째, 인구·가구·주거부문에는 각 도시의 인구규모, 인구성장추이와 출산율, 인구구조의 변화와 노령화지수, 중심도시 및 대도시권의 인구집중도, 평균가구원 수, 1인 가구의 비율, 1,000명당 주택 수 및 공공임대주택비율, 연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 등이 있다. 둘째, 산업·경제부문에서는 고용률 변화추이, 성별 및 연령별 고용률, 주요 업종별 종사자 비율, 외국인 관광객 수, 국제회의 개최건수, 전문컨벤션 시설 수 등을 다루었다.
셋째, 도시계획·개발부문에서는 시가화면적, 시가화지역의 인구밀도, 토지이용 및 용도지역, 초고층건물에 대해 비교하였고, 넷째, 도시인프라부문에서는 도로연장, 도로망, 버스 운영실적, 도시철도 운영실적, 국제공항 운영실적, 이산화질소 및 미세먼지 등의 대기오염현황 등을 비교하였다. 마지막으로 생활 인프라부문에서는 1인당 공원 면적 및 공원분포, 공공도서관 수, 유형별 복지시설, 초·중·고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 및 교원 1인당 학생 수 등을 비교하였다.
지표조사 방법 Survey Methods
그리고 마지막으로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데이터 분석에 대해 검증받았다.
이 연구에서 사용한 지표들은 많은 지표 중 가급적 각 도시에서 발간된 공식 도시계획보고서, 행정홍보자료 등 통계자료와 문서들을 활용하였다. 이 지표조사에는 표식의 데이터와 GIS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도시마다 도시의 성장단계가 다르고 정책의 체계가 달라, 데이터를 관리하고 표현하는 방식, 데이터의 유무에 차이가 커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정확한 자료를 얻기 위해 해당 도시의 전문가를 위임하고 지표의 분석기준을 통일하여 자료를 찾고 검증·보완하도록 하였다. 해당 도시의 전문가로 각 도시의 공식적 자료를 다루는 기관에 협조를 구하기 쉬운 연구기관의 일원, 도시 현지의 전문가, 관련분야 대학교수 등을 위촉하였다.
각 도시의 공식적 데이터를 다루는 기관으로 도쿄는 도쿄도청, 베이징은 베이징성시규획설계연구원, 싱가포르는 도시재개발청(Urban Redevelopment Authority), 살기 좋은 도시센터(Center for Livable Cities), 주택개발위원회(Housing & Development Board)의 3개 기관을 중점으로 하였다. 그리고 뉴욕은 뉴욕시청을, 런던은 런던광역시(Greater London Authority)의 데이터 저장소(Data Store)와 런던 관할청(Government Office for London, South East, East)을, 파리는 파리시 도시설계원(APUR)과 일 드 프랑스(Ile-de-France)의 도시개발연구소(IAU)를 기준으로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지표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다음과 같은 한계가 있었다. 첫째, 데이터의 집계목적, 방법, 조사기간, 공간범위가 각기 달랐다. 가장 비슷하게 시행되는 인구조사 센서스도 나라별 집계시점, 집계방법이 달랐다. 둘째, 지표의 용어정의와 기준, 관리범위의 차이가 다양하였다. 특히, 각 도시의 주택 기준이 모두 달랐으며, 공원 및 녹지와 교육에 대한 정의와 포함기준이 달랐다. 셋째, 데이터 범위와 관리기준이 달랐다. 예컨대, 노인복지시설의 경우 파리는 의료복지시설 내에 여가복지시설을 포함한 데이터로 관리하고 있으며, 베이징은 대부분의 데이터가 대도시권 기준으로 발표되고 있어 단순비교에 무리가 있었다.
이와 같은 한계점과 특징은 지표마다 설명을 추가하였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 세계 대도시 간의 데이터를 비교하는 데 있어, 이러한 한계를 이해하고 첨부된 설명을 같이 읽음으로써 해석에 정확을 기하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