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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세계와 도시'

[3] 세계 기후변화 정책은 역행할까? -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기조와 국가별 대응전망

등록일 2017-04-10 글쓴이 meekyong
기후변화협약의 흐름
-기후변화협약(UNFCCC)은 1992년 브라질의 리우회의에서 체결되어 1994년 공식 발효되었다. 이듬해인 1995년부터 매년 당사국 총회(COP)가 열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제 협상이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 교토의정서는 1997년 제3차 COP에서 국제사회가 합의한 협의로, 구속력을 지닌 온실가스 감축계획이라 할 수 있다. 2005년에 공식 발효되었고, 부속서Ⅰ에 속한 선진국과 강제 이행국은 2008~2012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평균 52%로 감축하기로 규정했다.
-교토의정서는 기후변화의 위험에 대해 전 세계가 인식을 함께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니지만 실질적으로 지구 온난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 가운데, 미국이 의정서 비준을 거부하여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확대되었다. 이후 국제사회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여 2012년 이후를 위한 ‘Post-2012’ 체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2007년 발리행동계획에서는 2009년까지 Post 2012 체제에 최종 합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2020년까지 교토의정서를 연장하기로 결정했고, 드디어 2015년 말 파리에서 열린 COP 21에서 ‘Post-2020’ 준수를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주요 국가의 태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달성하기 위해 각국은 INDC를 5년마다 제출하며, 글로벌 이행 점검을 시행하도록 약속했다.  특히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 CAT)이라는 단체는 해마다 32개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가의 온실가스배출 관련 정책과 INDC를 추적하여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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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하는 유럽연합 :  EU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40%의 온실가스를 국내에서 감축하고, 장기적으로는 2050년까지 1990년 기준 80~95%의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출하였다. 이에 따른 배출량 규제 정책으로는 2030년까지 어렵지 않게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CAT는 EU의 감축 속도가 기후변화의 속도에 비해 더딘 편으로 평가했다. EU 배출권 거래제도(EU-ETS)2 의 효과를 높이지 못했고, 재생에너지 개발도 늦어지고 있어 2030년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이었던 미국의 오바마 정부  :  미국(바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기후변화 정책은 청정발전계획(Clean Power Plan, CPP)’과 ‘기후변화대응계획(Climate Action Plan, CAP)’이다. 이 계획은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고 대형차의 연비기준을 강화하거나 신재생 발전량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미국이 기후변화 대응 논의를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2016년 9월 미국이 파리협정을 비준하면서 NDC 역시 확정되었는데,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26~28%의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골자로 하고 있다. CAT는 미국의 NDC를 ‘중간’으로 평가하며, 현재 미국에서 시행 중인 정책을 기반으로 한다면 2025년에 2005년 대비 약 9% 정도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비협조에서 협조로 선회한 중국 :  시진핑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후변화대응과 환경보호 분야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환경을 파괴하면서 경제 성장에만 몰두했던 과거를 반성하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써 ‘신창타이(新常態, New Normal)’ 시대를 발표한 것이다. 게다가 최근 중국 대도시의 스모그가 심각해지면서 중국 국민들이 정부의 무능함을 지적하기 시작하자 중국 정부는 화석연료 감축 대책을 발표하였다. 작년에 발표된 13차 5개년 계획에서는 향후 5년간 주력할 에너지원을 수력, 풍력·태양광, 태양열, 원자력, 바이오·지열, 석탄, 석유의 순으로 나열하고 있는데, 이는 화석연료를 가장 우선했던 이전의 계획과 현저히 대비된다. 중국의 NDC는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 집약도를 60~65% 감축하는 목표와 2030년까지 배출 정점에 도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일련의 노력에도, CAT는 중국의 기후행동을 ‘중간’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이 제시한 NDC 목표는 현실적이지만 지구 기온을 1.5℃ 이하로 낮추기는커녕 2℃ 이하로 낮추기도 어려운 지표라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앞장서는 인도 : 세계 제2의 인구 대국인 인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미국, 중국, 유럽연합 다음으로 많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으로서 경제 성장 위주의 정책을 펼 것이라는 예상과는 정반대로, 현재 매서운 속도로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대하고 석탄 화력발전소의 건설을 취소하는 등 본격적으로 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는 2030년까지 GDP당 배출 집약도를 2005년 대비 33~35%까지 줄이고, 비화석연료 기반 발전 비중(설비용량 기준)을 4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출했다. 현재 목표로 하고 있는 175GW의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2022년에 달성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인도 정부가 제시한 배출 집약도 목표 역시 조기 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이후에도 인도의 재생에너지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예정으로, 인도 NDC는 현재 시행 중인 정책보다 과소 책정되었다고 평가했다. CAT는 인도의 이런 야심찬 재생에너지 확대 노력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파리협정의 목표인 1.5℃ 목표에는 턱없이 부족하여 ‘중간’으로 평가했다.
-화석연료 이용이 늘어난 일본 :  일본은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26%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목표를 제출하였다. 이에 대해 CAT는 ‘불충분’으로 평가했는데, 석탄이 지속적으로 일본의 전력 믹스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저탄소 에너지 공급 부문은 2030년에 44%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 불충분한 NDC조차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협약에서 탈퇴했다가 돌아온 캐나다 :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3~30%의 온실가스 감축을 골자로 한 캐나다의 NDC는 ‘불충분’ 평가를 받았다. 현재 캐나다에서 시행되고 있는 기후대응 정책이 소극적인 까닭이다. 캐나다는 앞서 2011년 남아공 더반에서 개최된 제17차 당사국총회에서 교토의정서 탈퇴를 선언하고 온실가스 감축 서약을 철회하였다. 그러나 파리협정을 비준하면서 새로운 기후대응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차량의 연비 표준 강화와 석탄 화력발전소의 새로운 성능 기준이다. 그러나 이 새로운 정책들은 2020년 이후부터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2020년까지 목표 이행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발 빼려는 트럼프 정부, 그로 인한 각국의 영향
-‘미국 우선’ 정책으로 퇴보하는 미국? :  작년 12월 말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ational Center for Atmospheric Research, NCAR)의 벤저민 샌더슨과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Eidgenossische TechnischeHochschule Zurich, ETH Zurich)의 레토 누티는 ‘네이처 기후변화’에 트럼프 대통령의 환경정책이 미칠 손실을 추산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아직 트럼프의 환경 및 에너지 정책이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향후 8년 동안의 상황을 몇가지로 가정하여 그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미국이 지금의 탄소 배출량을 유지한다고 해서 지구에 커다란 위해를 끼치지는 않겠지만 미국의 태도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파리협정의 이행을 미루거나 거부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지구 평균기온의 0.25℃ 상승에 해당하는 탄소 3,500만t이 추가로 배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략)...그러나 오바마 정부의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지진 않을 전망이다. 이미 각 주별 로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할 예정인 기후변화 대응계획은 트럼프 대통령 정책 하에서도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를 비판하는 유럽연합 : 아직까지 EU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발표로 인한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많은 국가들은 트럼프의 ‘기후변화 회의론’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영국의 )테레사 메이 총리는 취임 직후 영국의 ‘에너지·기후변화부’를 폐지하고 산업·에너지·산업전략부(Business, Energy & Industrial Strategy, BEIS)를 신설하며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퇴행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중국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트럼프의 정책 : 중국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인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중략)... 반면 셰일가스의 생산을 확대하려는 트럼프의 정책으로 세계 최대 원유 수입 및 소비국인 중국에게 더 많은 양의 석유를 비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또한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청정석탄 기술의 개발은 중국에게도 기술의 발전을 가져다줄 수 있어 중국의 에너지 정책이 다시 석탄 중심으로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국제적 대응에 관한 한 중국의 확고한 의지는 미국이 리더십을 잃은 상태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독자적 행보를 보이는 인도 : 인도 역시 트럼프 취임으로 인한 기후변화 대응이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 못 박았다. 인도 에너지 장관은 “청정에너지는 누가 우리에게 하라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의 운명에 관한 문제다. 그 어떤 것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 ‘원전 하나 줄이기’로 가능성을 타진하다
-CAT는 얼마 전 기후 악당 리트를 발표했는데, 공롭게한국이 가장 극악한 기후 악당으로 선정되었다. 그 근거는 한국이 제출한 NDC가 사실상 기존 NDC보다 후퇴했음이 밝혀지면서 파리협정의 원칙인 ‘진전된 목표’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대로 간다면 2035년 한국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한국은 녹색기후기금의 유치국이면서도 해외에서 대규모 석탄사업에 투자하여 비판을 받았으며, 국내에도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계획을 유지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전혀 야심차지 않다.
-반면 서울의 박원순 시장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시민과 공유하고 함께 해결하는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을 포함한 공유도시 서울 프로젝트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11월 예테보리 지속가능발전상을 수상했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자체적으로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을 실시하여 원전 1기 발전량에 해당하는 200만toe의 에너지 절약 및 생산을 이뤄냈고, 현재는 2단계 사업으로 ‘에너지살림도시, 서울’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고, 탈화석연료를 통한 에너지 전환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유일한 방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며 전 세계적으로 지구가 위험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게 되었다면, 중앙 집중형 에너지 시스템에서 벗어나 지역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고민할 때가 온 것이 아닐까. 그간 미국이 선도했던 기후변화 논의를 중국·인도·유럽연합 등이 이어받아 기후변화를 위한 다양한 기획이 확대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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