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_기획보도] 서울 도시정책 수출 현장을 가다: 잉카의 나라에 ‘새마을운동’ 전파
우리나라 반대편에 있는 ‘잉카의 나라’ 페루에 한국인 시장이 있다. 주인공은 한국 교민이 많지 않은 찬차마요시에서 지난해 10월 재선에 성공, 5년째 시정을 이끌어 가고 있는 정흥원(68·사진) 시장. 23일 현지에서 만난 정 시장은 김규일(67) 보좌관과 함께 2018년까지 남은 임기 동안 지역 발전을 위해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다. 정 시장은 향후 페루의 비약적인 발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페루는 지하자원과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기후와 자연조건이 좋지만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 70% 이상이 혼혈이다 보니 정치적 단합이 쉽지 않아 결과적으로 자본과 기술력 부족이 고착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 시장이 연임에 성공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찬차마요시 사상 처음으로 재선 시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의 지원 덕분에 찬차마요시와 페루에서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도 올라가고 있다. 여기에 케이팝(K-pop), 드라마 등 한류가 촉매가 되고 있다. 정 시장은 “한국 정부의 모자보건센터 건립 사업, 서울시의 상수도 사업과 소방장비 지원, 전라남도의 교육용 컴퓨터 지원 등 덕분에 한국에 대한 인식이 날로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시장의 적극적인 행보 덕에 한국 기업들의 페루 진출도 늘고 있다. 커피사업과 LED(발광다이오드) 전등 사업, 도로 포장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는 “페루에는 중국과 일본, 칠레 등 여러 나라들이 막대한 투자를 통해 이득을 챙기고 있다”며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도 면밀한 타당성 조사를 거쳐 기술적·정치적 문제를 극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 시장은 2000년 찬차마요의 풍경과 정서에 매료돼 정착했지만 어렵게 살아가는 현지 주민들의 현실은 정 시장을 ‘빈민의 대부’로 만들었다. 생수 보급과 무료 급식 등을 통해 가난한 주민들을 돕고 낙후된 지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던 그에게 페루 정계에서 러브콜이 이어진 것은 당연했다. 현지에서 ‘마리오 정’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그를 보기 위한 발걸음이 페루는 물론 아메리카 전역에서 계속되는 것도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여러 번 정치권의 제의를 고사했던 그는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의 권유로 2010년 시장선거에 나서 당당히 중남미 최초의 한국인 시장이 됐다. 페루에서는 외국인이더라도 영주권을 가지고 2년 이상 거주하면 공직선거 입후보 자격이 주어진다.
찬차마요(페루)=글·사진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