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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세계일보] 세계초대석 박원순 서울시장

등록일 2015-09-30 글쓴이 scaadmin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5일 박원순 시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찾은 박 시장의 집무실. ‘메모광’인 박 시장이 그동안 메모한 내용을 가득 담은 파일들이 부문별로 정리돼 있었다. 서울시장 명패에 ‘박원순’이 새겨진 지 4년(2011년 10월 보궐선거 당선으로 서울시장 첫 취임)이 지나면서 더 이상 낯설지만은 않은 풍경이다.

메모파일을 보고 박 시장이 왜 자신을 ‘디테일 박’이라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속에는 박 시장이 현장을 누비며 시민에게 들은 목소리와 그가 추구하는 서울시정, 개인적인 소회까지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메모파일의 양이 늘어날수록 분류하고 폐기하는 등의 관리업무도 늘기 마련이지만 박 시장은 방대한 자료를 손수 체계적으로 분류한다고 한다. ‘분류 솜씨’는 기록전문가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한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박 시장은 메모를 하면서 개인 일상부터 최근 몽골 방문 뒤 느낀 도시정책수출 사업과 관련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박 시장은 “메모와 언론보도, 회의자료 등 많은 게 전달돼야 하는데 쌓여만 가요. 하도 많으니까 비서실장님이 어떤 건 그냥 두라고 하셔서 공무원들에게 전달 안 된 것도 많아요”라며 웃었다. 박 시장으로부터 서울시정 등에 대해 들어봤다.

-‘워커홀릭’(일중독)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실제 그런가.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성실이다. 하루이틀은 차이가 없지만 10년, 20년 지나면 달라진다. 그러나 21세기에는 놀 줄도 알아야 한다. 잘 놀아야 일도 잘한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나 때문에 일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병 주고 약 주는 격이지만 부서별로 휴가 누가 많이 보냈는지 점검하고 일벌레 공무원에게 경고하는 등의 일도 끊임없이 하고 있다.”

-민원 현장이나 실·국회의 등 항상 메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습관이고, 유용하니까 하는 거다. 귀한 이야기를 허투루 들을 수는 없다. 당연히 기록해서 남기고 다음 사업에 참고하고, 실·국장에게 지시하기 위한 소재로 쓰인다. 요새는 우리 직원들이 너무 힘들어한다고 해 전달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 해결되면 빨갛게 표시한다. 모든 것은 반영된다. 이걸 적는데 상대방의 말을 곧이곧대로 적지 않는다. 내 머릿속에서 늘 전환하면서 내 관점에 따라 적는다.”

-서울시장이 된 뒤 메모량은 어느 정도인가.

“한두 달에 수첩 하나 정도를 채우는 것 같다.”

-메모는 어떤 식으로 업무에 반영되나.

“울란바토르에 서울클럽이라고 있다. 서울에서 유학과 근무 등 서울시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서울클럽으로 초청했다. ‘재한몽골협회가 있을 텐데 사무실을 제공해 줄까’ 이런 거. 또 몽골한국유학생협회(MAGIKO)가 있다. 세월이 지나 5년, 10년 되면 다시 와서 서울의 상황을 학습하고 이슈나 어젠다를 가져가고 이럴 필요가 있지 않겠나. 서울시립대에 재교육과정 만들면 좋겠다. 이같이 메모한 것을 국제교류사업단에 전달한다.”

-몽골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소감은.

“말 그대로 명예로운 일이다. 현지 강연에서 나온 질문 중에 ‘21세기의 노마드 정신’에 대한 게 있었다. 칭기즈칸은 중원을 점령하고 아랍과 유럽, 러시아를 손에 넣었다. 적어도 자신의 성취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농경적인 삶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하며 수단과 프로세스로 만들었다. 당시 개발한 역참제는 오늘날로 따지면 인터넷이다. 움직일 수 있는 걸로는 가장 빠른 시스템이다. 끊임없는 이동, 진출이 필요하다. 내 삶도 그랬다. 참여연대도 큰 권력인데, 기부문화 위해 아름다운재단을 만들었다. 사회적기업 일구고 나니까 또 재미가 없어지더라. 서울시장은 일이 너무 많아서 100년은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서울시의 미래 지향점으로 도시정책 수출을 강조하고 있다.

“처음 시장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멘스 계열의 인프라시티즈 사장이 찾아왔다. 나에게 이런저런 사업을 제안했는데, 이 사람이 어떻게 도시정책을 수출하는 기업을 만들었는지를 보면서 서울시라고 이런 걸 못하란 법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이야말로 모든 개발도상국 도시들의 선망의 도시다. 수세기에 걸쳐 발전한 런던과 파리, 뉴욕은 닮기가 쉽지 않다. 서울은 1950년 한국전쟁 폐허의 도시에서 도시와 이념, 주거, 상하수도, 스모그 모든 문제들이 빠르게 집적된 도시에서 세계 최고수준으로 해결한 도시다. 그래서 벤치마킹하기에 가장 좋은 도시다.”

-서울시가 추구하는 도시정책 수출의 방향은 무엇인가.

“서울시의 행정은 다른 정부, 지방정부에 비하면 정말 신속하다. 그것은 서울시 공무원의 열정과 내가 뒤에서 많이 미는 힘이 서로 어우러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본래 ‘국제교류과’라는 게 있었다. 외국에서 시장 오면 만나고 추진하고, 내가 외국 가면 일정을 짜는 일상적 업무를 담당했다. 그런데 내가 취임하고 나서 우리의 도시경험을 수출해야 한다는 확고한 목표가 생겼다. 그에 따른 업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으로 승격시켰다. 서울이 코디네이팅하고, 알짜는 기업 진출이다. 기업끼리 연합하고, 그 연합과 서울시가 거버넌스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가자는 거다.”

-지금까지 서울시의 도시정책 수출 사업 중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분야는.

“환승시스템이다. 콜롬비아 보고타에 서울시와 같이한 게 LG CNS다. 한국스마트카드를 공동운영하고 있다. 3000억원 정도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도 140억원이고. 이건 유럽에도 없는 것이다. 런던도 지하철 타고 가다가 다시 버스 탄다. 우리는 카드 하나면 택시까지 간다. 서울은 디지털분야의 압도적 선진도시다. 그것을 지켜나가야 한다. 외국 도시들이 이렇게 본격적으로 하는 건 못 봤다. 기업들이 알아서 하는 건 있지만, 도시정부가 기업과 본격적으로 고민하는 사례는 아직 못 봤다. 물론 일본 동경도 공공측면에서 도시외교 플랜이 있다. 우리는 그런 건 기본이고, 경제적·비즈니스적 측면에서 도시정부가 기업과 협업구조를 가지고 전략적으로 임할 것이다.”

 

-최근 부시장 확대 등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취지와 향후 계획은.

“중앙정부도 18명의 장관께서 맡은 분야에 대해 책임행정을 하고 있듯이 서울시도 방대한 업무와 증가하는 시민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부시장 중심의 ‘책임행정’이 필수적이다. 천만 대도시 서울의 행정수요는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는데, 법으로 규정된 부시장 3명으로는 사실상 정책기획과 집행이 어렵다. 책임행정이 가능한 3급 이상 행정기구 비율도 턱없이 낮기 때문에 ‘책임부시장제’를 통해 구분하는 안을 제안한 것이다.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소관 업무가 13개 정부부처에 해당해 통솔범위가 너무 많다. 특히 현행 부단체장 정수는 인구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나, 인구 100만명 미만 지자체가 2명인데, 1000만명 이상 지자체가 3명인 것은 기준 자체가 비합리적이라는 말이다.”

-‘박원순법’(직무 관련성을 불문하고 1000원 이상만 받아도 처벌할 수 있게 한 서울시 공무원행동강령)이 너무 가혹하다는 반응도 있는데.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근본 뜻은 금액이 얼마냐가 아니고 공직자의 기본자세다. 일도 많이 시키고 있지만 서울시 공직자 대부분은 박봉과 열악한 환경과 어려움에도 공적 헌신을 하고 있다. 그 몇 사람이 물을 흐리고 자부심을 흐트린다고 생각한다. ‘박원순법’에 대해 시민의 81%가 청렴도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오랫동안 방치됐다. 용산 개발에 대한 청사진은.

“코레일과 시행자 간에 토지소유권 반환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현재로선 소송이 조속히 마무리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다. 용산은 서울의 발전과 도시경쟁력 제고에도 매우 중요한 축이 되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대로 개발할 수 있도록 단계를 밟아 가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용산국제업무지구프로젝트가 실패한 이유도 주민 간 찬반이 첨예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됐기 때문이다.”

-구룡마을, 한전부지 등 강남구와 갈등이 지속하고 있다. 해법이 있나.

“국제교류복합지구 사업은 서울시·강남구라는 지역단위의 이해를 넘어 투자와 소비, 일자리를 촉발할 절호의 기회이자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실상 범국가적 어젠다이다. 특히 마이스와 관광은 포기할 수 없는 도시성장 동력이자 서울의 미래인 만큼 강남구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가면서 절차에 따라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다.”

대담=문준식 사회2부장
정리=김준영 기자, 사진=남정탁 기자
기사 작성일: 9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