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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세계일보_기획보도] 서울 도시정책 수출 현장을 가다: '상암 DMC'처럼… 베트남에서 첨단산업을 꿈꾸다

등록일 2015-08-17 글쓴이 scaadmin

“서울은 다낭이라는 도시 곳곳에 반창고를 붙여주는 주치의입니다.”

2010년부터 5년째 베트남 다낭 도시개발 연구에 매달려 오고 있는 성균관대 녹색도시연구센터장 김도년 교수는 이같이 강조했다. 최근 관광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는 다낭 개발과 관련해 서울시가 핵심 ‘컨설턴트’로 떠오르고 있다. 다낭은 2013년 베트남상공회의소가 지역별 경쟁력지수를 평가한 결과 수도인 하노이와 호찌민 등을 제치고 1위에 오른 도시다.

16일 서울연구원과 다낭시 등에 따르면 2002년 베트남 정부는 ‘2030 다낭 도시기본계획’을 수립, 대대적인 다낭 개발에 착수했다. 베트남 내 ‘사회·경제, 문화·스포츠, 교육·훈련, 기술·과학, 국내외 물류 기능, 차세대 정보통신과 금융, 국가안보 등의 중심도시’로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첨단산업단지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성공적인 도시개발 경험 등이 없어 고전했다. 이미 하노이와 호찌민에서 시도한 첨단산업단지가 계획과 달리 제조업 중심단지가 돼버린 상태였다. 다낭은 하노이와 호찌민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 했다.

세계 각국에서 성공모델을 찾던 다낭은 서울 마포구의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 주목했다. 급기야 2013년 말 서울과 다낭 두 도시는 상암DMC, 구로 디지털단지 등 개발경험과 교훈을 공유하는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베트남 최고 경쟁력의 도시에 ‘베트남판 DMC’를 수출하는 계기가 됐다.

서울연구원은 기존 다낭 개발연구 경험이 있는 성균관대 녹색도시연구센터, 국제기구인 유엔 해비타트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다낭과 서울 간 도시협력을 위한 ‘서울팀’도 만들었다. 2014년 한 해에만 두 도시 방문과 공동워크숍, 발표회를 여섯 차례나 가졌고 수시로 의견을 조율했다.

김 교수는 “선진국에서 서울을 일주일 돌아보고 도시개발계획을 짜준다면 도움을 받는 도시 입장에서 과연 도움이 되겠느냐”며 “해외 도시계획 원조사업은 그동안 단기적 추진, 무리한 진행으로 폐해를 낳았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파트너십을 쌓은 맞춤형 컨설팅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미숙한 전략 탓에 나홀로 커가던 다낭… 주변도시 연결하는 ‘허브’로

베트남 정부의 다낭 개발계획은 서울연구원의 자문으로 다낭을 중심으로 주변도시를 연결하는 ‘대도시권’ 개발로 수정될 예정이다.

다낭 주변도시 후에와 호이안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자부심 강한 도시로 각각 목표를 가지고 개발이 추진되던 참이었다. 다낭까지 제각기 추진되던 도시개발은 서울의 전문가들이 보기에 중구난방이었다. 다낭의 컨설턴트가 된 서울은 목표부터 다시 설정했다. 제각기 개발할 것이 아니라 광역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설득한 끝에 지난해 공감대를 이뤘다.

김인희 연구원은 “우리나라도 지방자치제 도입 전까지는 중앙정부 주도로 광역개발이 수월했지만 지방자치제가 도입되면서 도시 간 협력이 어려워지고 경쟁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아쉬운 점을 후에와 호이안에 설득했다”고 털어놨다. “서울팀이 제안한 도시 간 연계 전략은 베트남에서 생소한 개념이었다”는 게 다낭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도시권 개발을 위해 올해는 다낭·후에·호이안 간 활발한 연결을 유도하는 교통망 연구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 6월19일 베트남을 방문한 서울연구원관계자들은 각 도시 버스터미널을 시찰하며 교통망을 점검했다. 매캐한 매연을 내뿜으며 도시를 점령한 오토바이 대신 친환경 대중교통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82%를 차지하는 오토바이 수송분담률은 2030년까지 25%로 낮추고 1%에 불과한 버스 수송분담률은 50% 수준으로 높이도록 다낭시에 제안했다.

◆“쓰레기장 위에 세운 DMC 놀라워… 우리도 이룰 것”

‘베트남판 DMC’인 다낭첨단산업단지(다낭하이테크파크)는 다낭 서쪽 내륙 호아방 지역에 약 1400ha로 상암DMC의 12배에 이르는 대규모 단지다. 서울에서 성공한 개발도시가 실제 모델이 됐던 만큼 서울연구원의 조언은 절대적이다. 상암DMC를 방문하기도 했던 다낭첨단산업단지관리위원회 도안 응곡 헝 안 부국장은 “쓰레기장이었던 곳을 첨단도시로 개발해낸 것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연구원은 다낭의 기존 첨단산업단지 개발계획을 평면적이고 단순한 계획구조로 진단했다. 이에 따라 일·생활·여가가 조화로운 도시, 지식기반산업을 중심으로 연구·산업·문화·비즈니스가 결합된 생태계, 창의성이 발휘되는 문화환경 조성, 기업·거주자 등 다양한 계층이 공존하는 장소로 육성키로 목표를 재설정했다.

베트남 중부의 값싼 원료들은 다낭이 집중 유치하려는 바이오산업 등 첨단산업단지의 내용을 채우는 데 긴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안 부국장은 “앞으로 임대료 인하 등 정책 인센티브를 도입해 투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기업 유치 노하우도 서울팀에게서 전수받고 싶다”고 말했다.

다낭(베트남)=글·사진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기사 작성일: 8월 17일
작성자: 김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