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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세계일보_기획보도] 서울 도시정책 수출 현장을 가다: 말聯도 수도권 철도·버스체계 통합… ‘교통혁신’ 순조

등록일 2015-08-10 글쓴이 scaadmin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는 싱가포르와 함께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국제도시다. 도시의 상징인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를 비롯한 우뚝 솟은 마천루와 깨끗한 도시환경이 방문객들을 반긴다. 그러나 막상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도착해 시내까지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려면 여간 고역이 아니다. 복잡한 교통체계 때문이다. 우선 공항에서 공항철도 승차권을 구입한 뒤 도심에 도착해 도시철도인 LRT 티켓을 새로 사야 한다. 도시철도에서 수도권전철인 KTM으로 환승할 때도 티켓을 다시 구입해야 한다. 버스 역시 따로 요금을 내야 한다. 이러다보니 대중교통 이용에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 쿠알라룸푸르의 대중교통 이용률이 10%대에 불과한 이유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 같은 대중교통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가 ‘SPAD(Suruhanjaya Pengangkutan Awam Darat)’다. 말레이어 ‘대중교통위원회’의 약자인 SPAD는 인프라에 비해 시스템이 빈약한 말레이시아의 교통개혁을 위해 올해 초 총리실 직속으로 출범했다. 이 SPAD에 국내 기업이 중추적 역할로 참여하고 있다. 바로 서울시가 설립한 기업인 한국스마트카드다.

◆말레이시아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의 컨트롤타워 맡아

한국스마트카드가 SPAD에서 맡고 있는 역할은 ‘총괄관리 및 컨설팅 파트너’다. 2015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3년간 쿠알라룸푸르 수도권지역 철도·버스 요금시스템의 통합을 총괄한다. 사실상 말레이시아 수도권 교통요금체계 개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긴 셈이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 중요한 역할을 한국스마트카드에 맡긴 것은 통합작업에 앞선 기술뿐 아니라 제도개혁의 노하우까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프로듓 둣 SPAD 최고개발책임자(CDO)는 “SPAD는 통합요금제 도입과 단말기 통합뿐 아니라 요금징수 주체 통합, 대중교통 구획 조정 등 제도적 개혁까지 한꺼번에 수행하는 사업”이라며 “단순히 새로운 교통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말레이시아 전체 교통의 모습을 바꾸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말레이시아 수도권 지역인 ‘클랑 밸리(Klang Valley)’에는 두개의 경전철(LRT), 한개의 모노레일, 두개의 통근열차, 공항철도 등 6개 노선, 총연장 278㎞의 철도노선이 115개의 역을 연결하고 있다. 여기에 200여개의 버스노선도 운행되는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비교적 대중교통이 발달한 지역이다.

문제는 이 같은 대중교통수단들의 운영주체가 제각기 다르다는 점이다. 정부 내 여러 부처가 운영하는 공기업과 사기업들이 제각기 독자적 요금시스템으로 영업하다보니 운영주체가 다른 교통수단을 동시에 이용할 때는 매번 요금을 새로 지불해야만 했다. 말레이시아만큼 복잡했던 교통환경을 제도와 기술 등 모든 측면에서 개혁해 2007년부터 성공적으로 통합환승시스템을 운영해온 서울의 경험을 말레이시아 정부가 주목한 이유다.

말레이시아에서의 성공적인 대중교통시스템 운용 경험도 높게 평가받았다. 한국스마트카드는 2011년 쿠알라룸푸르에 진출해 서울의 버스카드 결제시스템을 버스에 성공적으로 이식한 기업이다. 쿠알라룸푸르 버스시장 점유율 70%에 달하는 국영버스회사인 ‘래피드KL(RAPID KL)’의 1200여대 버스가 서울시와 동일한 버스결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운행하고 있다. 서울시의 버스결제시스템인 티머니는 도시철도 등 기존 대중교통과의 연계 부족 등의 이유로 시민들에게 외면받던 쿠알라룸푸르 버스의 이용률을 크게 높인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의 환승시스템 편하고 직관적”

이 통합의 롤모델은 서울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런던과 홍콩 등 세계적 국제도시와 서울의 시스템을 비교해 서울을 최종 파트너로 낙점했다. ㅍ로듓 둣 CDO는 “서울의 환승시스템은 이해하기 쉬운 요금체계와 직관적인 환승방식 등으로 도시를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국제도시를 지향하는 쿠알라룸푸르에 잘 맞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적극적 신기술 도입으로 다양한 방식의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도 서울형 환승시스템의 장점이다. 선불카드 중심인 여타 환승시스템에 비해 서울은 신용카드와 모바일 등 다양한 결제방식을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 정부는 한국의 앞선 모바일 기술력과 결합해 3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서울의 모바일결제시스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SPAD는 2017년까지 수도권인 클랑밸리 지역의 교통통합을 1차로 완료한 후 말레이시아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를 통해 17% 정도에 불과한 말레이시아 대중교통 분담률을 2020년까지 30%까지 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서울시가 전수한 교통시스템과 노하우는 이 새로운 말레이시아 교통체계의 표준으로 기능하게 된다.

서울시와 한국스마트카드는 이 같은 성과가 향후 국내 기업이 말레이시아 교통시장에 진출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기술력을 키워온 국내 기업들이 서울시를 모델로 재편된 말레이시아 교통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정형 티머니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지부장은 “말레이시아 교통시스템의 대개혁으로 교통 관련 장비와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수요가 대폭 생겨날 수밖에 없다”며 “서울의 환승시스템이 표준이 됨으로써 한국 기업이 말레이시아 교통시장에 진출하는 데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글·사진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기사 작성일: 8월 10일
작성자: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